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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이야기

이재명 도지사의 공공배달앱이 배달의민족을 뛰어넘으려면?

2020년 4월 1일

 

대한민국 대표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서비스 개편을 발표함과 동시에 모든 여론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아내야 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서비스 개편을 발표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으로 비친 것이죠.

 

그와 동시에 이재명 도지사가 기름을 끼얹듯 배달의민족 앱을 대체할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배달의민족에게 분노한 자영업자와 일반 소비자들은 한 줄기의 빛을 만난 것처럼 기뻐하기 바빴습니다. 

 

과연 공공배달앱이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요?

 

 

배달의민족의 서비스 개편 내용을 살펴보자

[ 배달의민족 4월 개편 전후 모습 ]

서비스 개편 전 배달의민족은 2가지 광고 타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오픈리스트: 상단 3개 영역에 랜덤 노출, 월 매출의 6.8% 지급

울트라콜: 오픈리스트 하단에 n개 노출, 월 88,000원 정액 지급

 

이번 서비스 개편으로 울트라콜을 없애고 오픈서비스(오픈리스트)만 운영하되 수수료는 1% 인하한 5.8%로 책정했습니다. 문제는 오픈리스트가 제한 없이 신청한 모든 매장이 노출되기 때문에 오픈리스트를 신청하지 않은 매장은 거의 노출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반강제로 광고를 신청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 서비스 개편, 정말 문제일까?

[ 배달의민족 김범준 대표 ]

배달의민족은 기존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을 운영하기 이전 광고 폐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그 결과 정착한 모델이 4월 개편 전 모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울트라콜의 깃발 꽂기라는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 울트라콜 자체를 없애고 오픈리스트만 운영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배달의민족은 "울트라콜로 인해 발생하는 깃발 꽂기라는 폐해를 막고 자영업자와 고객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입점 업주 53%, 연 매출 3억 이하의 영사 자영업자 58%는 홍보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쟁 앱 요기요는 15.5%(결제 수수료 3% 포함)를 중계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는 반면, 배달의민족의 바뀐 정책은 요기요의 40% 수준의 수수료만으로도 광고 노출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자영업자에겐 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마케팅의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는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회사 중 하나인 배달의민족이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자영업자에게, 소비자에게 '인식'을 잘못 심어준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에게 정말 좋은 조건을 '데이터'에 기반하여 제시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좋은 조건이 아닌 것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좋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실행해봐야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을뿐더러 이미 반강제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선택권을 빼앗았다는 사실이 더욱 크게 다가왔던 것입니다. 즉, 배달의 민족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선택권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나쁜 회사'로 인식되어버린 것입니다.

 

 

 

사실 배달의민족이 이 정도로 비난을 받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4조 원이 넘는 큰돈을 받고 요기요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 회사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해서 '배신의민족'이라는 오명을 얻지 않았다면 말이죠. 요기요의 엄청난 공세에 맞서 국내 배달앱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고 국민들도 자랑스럽게 여겼었는데 사용자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배달의민족 매각으로 결국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을 합한 시장 점유율은 무려 90%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봐도 시장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가 생길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렇게 안 좋은 인식이 심어져 있는 와중에 일방적인 서비스 개편을 발표했다는 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악독한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습니다.

 

 

 

이재명 도지사의 공공배달앱 출시 선언

"배달의민족을 용납할 수 없다.", "도지사로서 자영업자를 지키겠다."라고 외치며 결국 행동파 이재명 도지사가 나섰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자영업자들은 열광하는 분위기인데요. 한번 한다고 하면 해버리고 마는 그이기에 이번 선언이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연 배달의민족을 뛰어넘을 공공배달앱을 만들 수 있을까요? 기존에 이재명 도지사가 성공적으로 완수해왔던 정책적인 미션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공공기관에서 가장 못하는 영역인 IT, 앱 개발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공공기관에서 만든 앱은 뭐 하나 성공했다고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웹에서는 악의 축이라 불리는 액티브엑스를 아직까지도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이런 흑역사를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에서 이재명 도지사라도 과연 미션을 성공하리란 보장이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입니다. 지금 우리 다수의 머릿속에는 '배달 = 배달의민족' 이라는 인식이 이미 심어져 있습니다. 대단히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이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재명 도지사의 공공배달앱 개발 선언은 '배달 = 공공배달앱' 으로 대체하겠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쉬울까요?

 

 

공공배달앱이 배달의민족을 이기려면?

우리에게 배달앱은 단순히 배만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 기분이 꿀꿀하고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그냥 밥 해 먹기 싫을 때 배달의민족 앱을 켭니다. 그리고 쇼핑을 하듯 메뉴를 고릅니다.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 배달앱을 켜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공기관에서 앱을 만들 땐, 특히 자영업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만들게 될 앱은 소비자의 바뀐 생활 문화를 반영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배달의민족 마케팅 포스터 ]

 

물론 대한민국 최고의 마케팅 회사인 배달의민족만큼 마케팅을 잘해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와 같은 띵언(명언)은 물론 '치믈리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수만 명이 참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오랜 시간과 머리가 터지도록 연구한 노력의 산물인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면 이재명 도지사의 공공배달앱도 성공할 수 있겠죠.

 

그러나 당연하게도 배달의민족을 대체하기 위해 배달의민족을 따라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건 배달의민족이 가장 잘하는 영역일뿐더러 싸움의 승산이 보이질 않습니다. 결국 배달의민족과는 다른 포지셔닝 전략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에서 가장 쉽고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아마도 많은 논의와 검토가 있어야겠지만, 정부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돈'이겠죠?

 

 

 

이재명 도지사가 가지고 있는 원칙 중 하나가 바로 '직접 지원'입니다. 이래저래 돌려서 엉뚱한 곳에 돈 쏟아붓지 말고 필요한 대상에게 돈을 직접 지원하는 게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지역화폐이고요. 자영업자 지원으로 할당되어 있는 예산 일부를 공공배달앱 내 쿠폰 등으로 활용한다면 자영업자에겐 직접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소비자에겐 저렴한 가격, 내가 낸 세금을 직접 돌려받는 혜택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돈이 돌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이재명 도지사가 가장 바라고 있는 그림이 아닐까 싶네요.

 


아무리 좋은 앱 훌륭한 마인드를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더라도 시장 독과점 상태는 반드시 폐해를 낳기 마련입니다. 지금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그런 상황인데요. 그런 차원에서라도 이번 이재명 도지사의 공공배달앱 개발 선언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으로서 혁신적인 앱을 만들기 쉽지 않겠지만 성공하길 응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