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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이야기

유튜브와 네이버 지식인, 20년 전 역사가 반복되다.

지금 유튜브와 네이버의 대치 관계를 보고 있으면 과거 2000년 초반 네이버와 다음의 대결 구도가 생각난다. 물론 지금은 네이버가 국내 검색 포털 70% 이상 차지하며 다음은 좀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의 네이버를 있게 해준 지식인데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볼까?

 

2002년에 처음 런칭하고 약 1년 만에 네이버를 대한민국 1위 검색 포털로 만들어준 서비스다. 아래 대한민국 포털사이트 트래픽 추이를 살펴보면 2003년 중반 네이버가 트래픽 1위로 올라선 뒤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순위가 바뀐 적이 없다. 그만큼 네이버에게 지식인은 상징적인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 대한민국 포털사이트 트래픽 추이(랭키닷컴 2007.10) ]

 

 

 

 

요즘은 구글에서 검색하면 거의 안나오는 게 없을 정도로 검색 자료가 방대해지고 정교해졌지만 2000년 초만 하더라도 검색 사이트에서 뭔가를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심지어 구글이라도 말이다. 이런 약점을 파고든 게 바로 네이버 지식인이다. 사람들은 정말 사소한 것까지 궁금하고 이런 답을 찾고 싶지만, 검색 엔진은 이런 자료를 충분히 알려주지 못했던 것이다.

 

검색 엔진에서 이런 저런 키워드로 검색해도 원하는 답을 찾기 쉽지 않았지만, 질문 1~2줄 올려놓기만 하면 답을 아는 사람이 질문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 안에 댓글로 답을 알려준다. 이 얼마나 편한 방법인가? 지금으로 따지면 클로바, 누구 이런 인공지능이라고 한~~참 설명하는 서비스를 훨씬 넘어서는 최첨단 인공지능인 거다. 모든 서비스가 그렇지만 웬만해서는 사람이 직접 나서서 처리하는 게 가장 쉽고 간단하지만 정확하기까지도 하다.

 

 

 

잠깐 재밌는 이야기를 해볼까?

 

지금 직장인들에게 상당히 유용한 앱 중 하나인 리멤버를 아는가? 명함을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명함에 있는 정보가 문자로 정리되어 스마트폰에 저장되는 편리한 서비스다. 처음 이 앱을 설치하고 '와~ 신기하다.' 라고 느꼈는데, 알고 보니 사람이 사진을 보고 직접 정보를 입력하고 있었던 것! 명함을 자세히 보면 눈치채겠지만 다 제각각인 포맷과 디자인을 문자 인식 솔루션이 이름, 사무실 전화번호, 개인 전화번호, 이메일 등을 정확히 구분해서 넣어준다는 건 사실 아직도 어려울지 모른다.(리멤버가 2015년에 론칭했으니 그 당시 솔루션은 더 불완전했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직접 처리하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할 뿐만 아니라 쉬운 솔루션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점차 방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검색엔진이 정교해지면서, 그리고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가 바이럴 광고로 도배가 되고 초등학생이 답변을 단다는 소문 등 부정적인 인식이 쌓이면서 지식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추세가 크게 감소하였다. 결국 지식인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 보지 못한채 네이버에서 힘을 많이 잃은 듯하다. (요즘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면 지식인 이 위쪽에 노출되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 

 

 

 

최근 추세는 어떠한가? 구글의 검색 기능이 눈에 띄게 정교해지면서 구글 검색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이 와중에 과거 네이버 지식인을 이용하듯 유튜브에서 '~하는 법', '~ 추천' 등 궁금한 것들을 검색하고 있다. 게다가 지식인처럼 텍스트로 읽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내 눈 앞에서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니 더 흥미진진하고, 답변이 옳은지 틀린 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더 신뢰성이 넘친다. 이러니 유튜브를 쓰지 않을 수 있을까?

 

 

[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 순위 변화(2001~2019) ]

구글은 그 동안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 검색 엔진을 기본 옵션으로 넣어서 검색 비중을 늘리려고 시도를 하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점유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길 수년, 높아봐야 10% 전후를 왔다 갔다 할 정도였다. 하지만 유튜브가 대세가 되고 궁합이 잘 맞는 구글 크롬 사용률이 급격히 증가하며, 최근엔 네이버 점유율이 60%가 붕괴되고 구글이 30%를 초과하는 기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선 인정하기 싫겠지만 구글이 유튜브를 무기로 과거 네이버가 다음을 추월하던 2000년 초 역사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을 했듯 영상 대세인 시대에 네이버가 미래 먹거리를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너무 늦은 대응으로 구글과 유튜브 콤비네이션 조합에 트래픽을 너무 빠르게, 많이 내어준 것이 큰 원인 중 하나다.

 

네이버TV 개편? 글쎄 과연 유튜브를 넘어트릴 수 있을까?

 

네이버TV 개편? 글쎄... 과연 유튜브를 넘어트릴 수 있을까?

요즘 유튜브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영상의 상당수가 유튜브에서 재생되고 있고,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도 모자라 컴퓨터에서, 태블릿에서, 심지어 TV에서도 유튜브를 보고 있다. 나 역시 주말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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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상'이라는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참여'다.

 

 

지식인이 흥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유저가 직접 참여하고 유저의 집단 지성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유저가 직접 참여하며 등급을 쌓고, 내가 올린 답변이 채택되면 많은 사람이 내 답변을 보고, 내 등급이 올라가면 지식인 세계에선 유명해지기도 한다. 즉, 유저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고, 유저가 직접 참여해서 콘텐츠를 만들면 유저끼리 콘텐츠를 소비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튜브는 어떠한가? 유튜브는 네이버TV와 다르게 방송사와 제휴해서 올리기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계정을 가진 유저 중심의 플랫폼이다. 그리고 구글 검색에서 유튜브가 상단에 노출되며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였고, 그 많은 조회수는 유저에게 수익을 제공함으로써 유저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버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영상을 보면 구독자(팬)가 생기게 되고, 수익이 발생하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점차 영상을 만드는 유저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 영상을 보는 다른 유저들은 양질의 정보를 얻는 자연스러운 선순환 구조다.

 

 

 

 

 

 

이렇듯 이 두 서비스는 유저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성공 신화를 썼고, 현재 쓰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네이버는 이를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손님이 왕이다.'(100% 맞는 말은 아니지만...)라는 말이 있듯,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보다는 사용하는 사람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용하는 사람이 재미있고 모여들어야 기본적으로 서비스가 유지되기 마련인데, 지금의 네이버는 국내 시장 점유율 70~80% 과점하던 시절의 추억에 취해서 본인들 중심으로 사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번 더 풀어서 말하면, 모두 알고 있다시피 네이버는 모든 서비스를 자신들이 기준이 되어 제공하려고 하고, 자신들의 플랫폼 안에 참여한 유저들의 콘텐츠만 주로 노출을 시키고 있다. 네이버라는 영역 밖의 유저들은 배척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에 틀에 갖혀 더 이상 발전적인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정확히 중계자의 위치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 세계의 모든 유저들이 만든 정보를 보여주는 중립적인 정책을 펼치다 보니 유튜브라는 서비스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정확히는 구글이 2006년 유튜브 인수함)

 

 

네이버의 최근 행보를 보면 유튜브의 충격파에 휩쓸려 영상 서비스만 개선하느라 큰 그림을 못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인들이 어떻게 이 자리에 올라오게 되었는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유저 입장에서 깊이 들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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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 - [마케팅 이야기] - 네이버TV , 시장 점유율 승리의 답은 브이라이브(V LIVE)

 

네이버TV , 시장 점유율 승리의 답은 브이라이브(V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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